알게모르게 인류 문화를 바꾼 비아그라
1998년 오늘(3월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류문화를 통째로 뒤흔든 약의 시판을 승인했습니다. 화이자사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였습니다. 성이 인문학과 사회학의 영역에서 의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구연산 실데나필이 원료인 비아그라는 뇌를 자극해서 음경 해면체에 피가 잘 들어가게 만들어 남성의 자신감을 곧추 세우는 약이었습니다. 원래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부작용’으로 임상시험 대상자의 바지가 자꾸 텐트를 치자 약 개발 목표를 바꿨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듬해 8월 시판 허가됐는데 당시 비뇨기과 의사들이 대대적으로 반대하던 것이 떠오르더군요. 비뇨기과에서는 발기부전 환자에게 수술을 하거나 주사제를 처방하면서 큰 수익을 올렸는데 약 하나로 해결된다니…. 약 부작용 사망 사례 중에는 비아그라를 먹고 익사한 사람,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도 포함됐지요.
한 동안 비아그라가 주요 선물 리스트에도 올랐습니다. 비아그라 시판 전에 비아그라를 밀수해서 고가에 파는 상인도 있었지요. 제가 상인을 만나서 취재한 내용을 동아일보에 보도하자 경찰, 검찰, 관세청 등 6개 부처가 각각 조사와 수사를 벌인 것도 기억나네요. 우리나라 성문화에서는 ‘음주 후 2차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호사가들 사이에선 “비아그라 처방은 의사가 아니라 부인이 해야 한다”는 말까지 유행했습니다.
비아그라는 당시 세계 5, 6위 순위였던 화이자사가 1위로 도약하는 데 도화선이 됐습니다. 이 약의 최대 약점은 관계 1~3시간 전에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20분 전에 먹으면 되는 레비트라, 3일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시알리스 등이 나와 성의학 판도가 후끈거렸지요. 그동안 정력제로 수익을 올리던 한의원들을 초토화시키는 ‘부작용’을 내기도 했고요. 국내에서는 일라그라, 서그라, 살리그라, 누에그라 등 ‘짝퉁 브랜드’도 밀물처럼 쏟아져 나왔지요.
재작년 이 비아그라의 특허가 끝나 20여 가지의 복제의약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현재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는 시알리스와 팔팔의 매출이 비아그라를 눌렀고 자이데나, 엠빅스에스 등이 추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이자사는 며칠 전 ‘성지’를 회복하려고 안국약품과 공동마케팅 계약을 체결했고요.
비아그라는 한국사회에서 성 담론을 양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성 문화가 더 밝아졌는지는, 대한민국 부부애가 더 커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약만으로 안 되는 무엇인가 있겠지요? 그것은 여유일까요, 사랑일까요, 정일까요, 체력일까요, 아니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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